‘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롯데호텔서 뿌쉬낀 시낭송회 열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우울한 날 지나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슬픈 것 / 모든 것은 순간으로 다 지나가는 것이며 / 지난 것은 소중한 것이라네”

푸시킨 탄생 220주년 시 낭송회
을지로 푸시킨 동상에 헌화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한국인에게 친숙한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올해는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문호로 칭송받는 푸시킨이 탄생한 지 220주년 되는 해다. 38년이라는 길지 않은 인생 동안 그는 희곡, 시,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쏟아내며 풍부하고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선보였다.

 푸시킨 탄생 220주년을 기념하는 시 낭송회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뿌쉬킨하우스(원장 김선명) 주최로 열렸다. 낭송회에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포함해 ‘밤’ ‘당신을 사랑했다오’ ‘내게 노래하지 말아요, 아름다운 이여’ ‘겨울 길’ 등 푸시킨의 시 다섯편이 낭송됐다. 낭송회는 먼저 푸시킨의 시가 러시아어로 낭송되면, 이후 성악가 등이 나와 동일한 시를 가곡으로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인호·우윤근 전 주러한국대사, 드미뜨리 꿀낀 주한러시아대사관 참사관, 정형모 중앙선데이 문화에디터 등이 푸시킨의 시를 러시아어로 낭송했다. 이인호 전 주러한국대사는 시 낭송에 앞서 “푸시킨의 시를 낭송하게 되어 영광이다. 그의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낭송회에 앞서 축사에 나선 안드레이 꿀릭 주한러시아대사는 “푸시킨의 시에는 러시아의 본질과 혼이 담겨 있다”며 “최근 한국에서도 푸시킨 등 러시아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학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낭송회가 끝난 뒤에 참석자들은 롯데호텔 근처에 있는 푸시킨 동상에 꽃을 바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2013년 세워진 이 동상은 국내 최초의 푸시킨 동상이다.

정아람 기자
[출처: 중앙일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